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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7 16:27 기사원문보기

"경영진 만나보면 玉石가릴 수 있죠"

"업체 가치 키우기 창업자와 동고동락"

미국 투자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털’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검색사이트 ‘구글’의 오늘을 있게 한 벤처캐피털(VC)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쿼이아 캐피털은 유튜브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2005년 2월 이 회사에 115억원을 투자해 유튜브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다. 다음해 10월 구글이 유튜브를 1조6,500억원에 인수할 당시 세퀘이아 캐피탈이 보유한 유튜브의 지분가치는 무려 4,8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1999년 구글에 125억원을 투자해 2004년 나스닥 상장 직전 보유지분을 4조7,000억원에 팔아 큰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구글이나 유튜브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될성부른 기업을 먼저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약 1,000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와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젊은 벤처캐피털리스트 2명을 만나 그들의 직업세계와 입사경로에 대해 물었다.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 임지훈 수석심사역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 벤처스에 입사한 임지훈(28ㆍ사진)씨는 “벤처캐피털은 창업자와 같은 배에 타고 함께 꿈을 이뤄가는 매우 보람찬 직업”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씨는 “주식투자가는 하루하루 수익에만 관심을 갖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가격표 자체가 없는 비상장 우량기업을 발굴해 사업계획부터 상장과 인수합병 여부까지 함께 고민하는 ‘준 창업’”이라며 “우리가 투자한 돈은 투자자의 수익과 피투자사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스마트 머니’(Smart Money)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주력하는 업무는 우량 업체를 발굴하는 것. 때문에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다. 임씨가 투자할 업체를 정하는 기준은 크게 ▦시장성장성 ▦기업의 경쟁력 ▦경영진 등 3가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경영진)이라고 강조했다.

임씨는 “예상 외로 자기사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마음만 앞선 사장님들이 많다”면서 “사업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역량은 있는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 10번 이상 만나 신중히 판단한다”고 말했다. 만일 투자할 만한 회사라고 판단이 되면 두 번의 투자심사위원회를 열고, 자신이 임원을 비롯한 다른 캐피털리스트들을 설득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 투자까지 이르는 업체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임씨는 “30~50%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고, 서류심사를 통과한 업체 중에서도 투자를 받는 업체는 10%도 채 안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는 대졸 신입공채가 거의 없다. 대신 벤처회사를 창업해 성공했던 경영진 출신이나 10년 이상 업계에 있었던 소위 ‘인더스트리 구루’(Industry Guru), 또는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사, 회계사 등 ‘프로페셔널 펌’ 출신 등이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씨 역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하던 당시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지인을 통해 소프트뱅크 임원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임씨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자질에 대해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Why so’, ‘So what’을 끊임없이 자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TV(IPTV)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면 이제 미디어산업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So what?), 애플이 영화사들과 손을 잡는다는데 왜 그랬을까(Why so?) 식의 사고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KTB네트워크 한상엽 벤처투자역(바이오)

2005년 12월에 입사한 한상엽(33ㆍ사진)씨는 벤처캐피털이란 ‘꿈을 현실로’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창업자의 꿈과 비전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투자부터 사후관리까지 3~5년 동고동락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씨는 국내 명문대 생물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SCI 등재 논문을 쓰는 등 학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병역특례로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일하게 됐는데 그때 “나도 비즈니스 필드에 나가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영 마인드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한씨는 석사를 마친 후 카이스트 MBA 과정에 진학했다. 이때만 해도 한씨는 벤처캐피털이 무엇인지 몰랐다. 결정적 계기는 MBA 과정에서 연사로 초청된 한 미국인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강연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가능성 있는 회사를 발굴해 가치를 키워 수익을 가져가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매력에 심취했다.

한씨는 곧바로 국내 벤처캐피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취업지원실을 통해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는 동문을 수소?煞? 업계에서 일하는 선배를 무작정 찾아가 국내 벤처캐피털 순위를 모두 적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주요한 국내 벤처캐피털에 입사지원서를 뿌렸으나 외부충원을 잘 하지 않는 업계 특성 때문에 입사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상대적으로 주니어급을 많이 뽑는 KTB네트워크에서 연락이 왔고, 바이오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 마인드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점을 경력으로 인정 받아 ‘대리’로 입사하게 됐다.

한씨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마치 1인 기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처럼 정해진 업무루틴이 없고, 개인별로 비용과 수익이 명백하게 수치화된다. 때문에 투자처 발굴과 수익성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많은 편. 업무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은 역시 투자대상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다. 한씨는 “경력이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말 몇 마디만 나눠봐도 상대가 ‘돈 벌 사람인지’ 여부가 판단된다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가 안됐다”며 “대신 주로 업체를 잘 아는 주변인사나 직급 낮은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 전망에 대한 통찰을 얻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한씨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도전하지 않는 좋은 직업 중 하나가 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라며 “벤처캐피털이 아니더라도 숨은 좋은 직장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열정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대졸·신입 채용은 드물어, 전문지식·경영 마인드 중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한 문은 좁지만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업계 경력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직종이다. 국내 창투사는 대략 100개 정도 있으나 활발하게 투자를 하는 업체는 30~40개 정도다. 기본급은 국내 금융업 종사자보다 약간 높은 편이며, 자신이 거둔 수익의 일정비율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임지훈 심사역을 인터뷰했던 소프트뱅크 벤처스의 강동석 상무는 "임씨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현장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줘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면서 "이는 업계 경험을 건성으로 넘기지 않고 끊임없이 생산적으로 고민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KTB네트워크의 인사담당자는 "한상엽 투자역은 바이오 기술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과 MBA과정을 통한 경영적 식견까지 갖추고 있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했다"면서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영 마인드를 균형 있게 갖춘 지원자가 우리가 원하는 인재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은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 일이 드물고 인턴사원을 공식적으로 뽑지도 않지만, 만일 생각이 있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인턴으로 입사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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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eGoFar